현재, 부동산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입니다. 이에 김지영 작가, 계층 팀, 홍기훈 작가, 강용운 작가, 장성은 작가는 ‘부동산: 계층과 공존’ 전시를 통해 부동산과 관련된 사회적 이슈를 탐구하며 부동산을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는 공존과 갈등을 예술적으로 들여다보고 그 속에 내포된 의미와 메시지를 작품을 통해 대중에게 전달하는 작업을 진행하였습니다.
이번 전시는 부동산으로 인한 계층 간 갈등과 세대 간 욕망이 얽혀 벌어지고 있는 사회적 현상에 주목하였습니다. 인터뷰를 통해 작가 개개인의 생각을 더 깊이 들여다보고 어떤 시각과 스토리텔링을 통해 이 문제를 다루었는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1. 안녕하세요. 자기 소개와 전시팀 소개 부탁드립니다.
[김지영] 안녕하세요. <부동산 : 계층과 공존> 전시를 기획하고 작가로도 참여한 김지영입니다. 저는 단편영화 <엘사의 아이>, 설치작품 <Heartbeat in the dump>, VR 작품 <인공지능이 그린 도시>를 총 세 작품을 제작했습니다.
[계층팀] 안녕하세요! 저희는 사회 계층간의 양극화를 다룬 AR 포스터 작품을 만든 階層: 계층팀의 나희선, 송하은, 장혜민입니다.
[12월31일] 안녕하세요. <12월 31일>이라는 사진과 영상이 결합한 비디오를 박성민 작가와 함께 전시했던 홍기훈이라고 합니다. 저는 대학원에서 영상을 전공하고 있고 사진을 작업하는 학부 동기 성민 작가와 함께 전시를 준비했습니다. 작품은 낮고 오래된 마을과 충돌되는 도심의 이미지를 하나의 프레임에 담아 2022년의 마지막 날조차 물질적으로 모순된 지점이 서울 한복판에 존재하고 있음을 다시금 드러내고자 하였습니다.
[강용운] 안녕하세요. 다큐멘터리 제작을 전공한 동아방송예술대학교 강용운입니다.
[장성은] 안녕하세요. 영화 연출을 하고 만화도 그리는 장성은입니다.
2. 부동산 풀리지 않는 숙제인데요. 어떤 계기로 전시를 기획하게 되셨나요?
[김지영] 사회적으로 ‘부동산’에 대한 과열된 분위기가 전시 기획에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최근 몇 년간 뉴스의 사회란, 정치란 관계없이 부동산이라는 키워드가 굉장히 화제였지요. 대학생인 저조차도 그러한 분위기에 맞춰 부동산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인터넷에서 초등학생들조차 자신이 사는 아파트 브랜드와 평수로 급을 나누고 임대아파트에 거주하는 아이들을 차별한다는 글을 보았습니다. 전 큰 충격을 받았고 이를 소재로 단편영화를 먼저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영화를 기획하다보니 부동산 계층화라는 주제를 더 확대시켜서 복합 미디어 전시로 진행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영화는 스크린으로만 상영되지만, 다양한 매체로 전시를 진행하면 더 많은 관객 분들에게 해당 주제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킬 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그렇게 제 구상에 흥미를 가지고 주제에 공감한 친구들과 힘을 합쳐 ‘전시’라는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하였습니다. 주변에 멋진 재능을 가졌지만 작품을 선보일 기회가 없어서 묵혀두는 친구들이 많았거든요. 최종적으로 다큐멘터리, 대안영상, 만화, AR 기술을 활용한 뉴미디어 작품 등 다양한 매체로 전시를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3. 전시를 준비하면서 MZ세대의 시선으로 바라본 부동산 어땠나요?
[김지영] 집값의 등락에 따라 사람들의 심리가 요동치고 사회 분위기가 바뀌는 것을 보면서 미디어의 역할에 의문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집을 재테크 수단으로 생각하든, 거주를 위한 공간으로 생각하든 어느 쪽이든 잘못된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언론의 부추김이 시장을 과열시키는데 큰 비중을 차지한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현재의 부동산 문제는 세상의 소음 속에서 자신의 기준점을 찾는 것이 어려워서 생긴 것 같아요. 자꾸 타인과 비교하게 되니까요.
[계층팀] MZ세대 모두는 아니겠지만 저희 Z세대에게 부동산이란 참 어렵고 먼 단어처럼 느껴집니다. 2-30대 캥거루족이 늘어나고 있기에 그들에게 부동산이란 굉장히 멀게 느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저희도 아직은 부모님 품 안에 있기에 전시를 준비하면서 어떤 주제를 다루어야 하는지 내용 잡기에 참 어려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MZ세대에게 부동산은 어려운 단어 같습니다.
[12월31일] 부동산은 사전적 의미에 따르면 그 자체로는 움직여서 옮길 수 없는 재산을 뜻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이에 거주하는 다수의 사람과 그들의 내면은 안정감을 잃은 채 불규칙하게 변화하는 진행형임을 한국 부동산 시장에서 마주했습니다.
[강용운] 너무 거대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차가움과 동시에 막막한 감정이 들었습니다.
[장성은] 저를 포함해 많은 친구들이 내 집 마련에 대한 의지가 강해요. 부동산에 관해 관심이 많은 친구들도 있고요. 그러다 보니 저도 자연스레 부동산 시장 상황을 살펴보게 되는데, 아마 올해의 가장 큰 문제점이자 과제는 전세 사기가 아닐까 싶어요. 전세 보증금 미반환 피해자들은 대부분 MZ 세대들이고, 부당하고 억울한 일입니다.
4. 그래픽, 카툰, 영상, VR까지 다양한 시도를 하셨는데요. 전시 구성과 준비 과정이 궁금합니다.
[김지영] 전시를 총괄 기획하면서 다양한 형태의 작품, 다양한 관점으로 작품을 만들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게다가 각자의 관심사와 전공이 제각각인 친구들과 협업했기 때문에 더 풍성한 기획이 나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처음 진행해보는 전시라서 모든 준비 과정 하나하나 몸으로 부딪히면서 진행했습니다. 깡으로 능청으로 여러 거래처와 연락하고 준비하고 문제가 생기면 해결하고 그러다보니 전시가 벌써 끝났네요. 하하.
[계층팀] 저희는 AR작품을 통해서 저희가 뉴스, 일상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모습을 포스터로 그에 반하는 모순이나 반대 계층에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AR 영상으로 구현했습니다. 현대 사회에는 계층이 없다고 하지만 점점 더 심해지고 있는 부익부 빈익빈의 현상이 현대 사회의 계층이라고 생각을해 AR로 표현해보았습니다.
[12월31일] <12월 31일>은 글자 그대로 2022년의 마지막 날, 서울의 이면을 비추고자 했습니다. 사진용 카메라와 캠코더 한 대를 각자 들고 빈부격차가 극명하기로 소문이 자자한 강남 구룡마을로 무작정 향했습니다. 과거에 누군가 꿈꾸던 2022년 서울의 모습은 과거에 비하면 살기 좋은 세상 속 일부로 상상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곳에서 담은 사진과 영상은 다소 일그러진 세상의 이면이었습니다. 이에 주목해 원본을 그대로 나열하기보다는 사진과 영상의 픽셀 자체를 열화시키고, 왜곡하여 정상적이지 못한 오늘날의 모습을 담아냈습니다.
[강용운] 다큐같은 경우는 최대한 저희가 쉽게 접할만한 다큐의 포맷들을 토대로 제작했고요, 문제를 제기하는 시사다큐멘터리로 시작하지만 영상 후반부에는 PD의 의도와 그 의도를 이끌어가는 인물을 팔로우 한 휴먼 다큐멘터리적인 요소도 포함시킨, 이전에는 없었던 퓨전 다큐멘터리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영상이란게 사실 촬영 따로 편집따로 섭외따로 이런식으로 분업을 하게되면 제작하기 쉬운데 반해 다큐같은 경우는 혼자서 1인 제작으로 기획부터 제작까지 총괄하다보니까 영상을 만드는 내내 하나하나 전부다 고통이 따랐던것 같아요. 내래이션도 섭외를 했는데 녹음 당일 독감에 걸려서 녹음을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그래서 어쩔수없이 제 목소리를 넣어서 영상을 제작했습니다. 목소리가 맘에 들진 않았지만 저의 영상을 제 목소리로 소개할 수 있음에 의의를 두었습니다.
[장성은] 이번 전시에서 보여준 만화는 20대 친구들이 겪는 고민들과 주거문제에 관한 이야기를 그려보았는데요. 카툰을 기획하고 펜을 들어 그리는 것은 대학 졸업반 때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주변 20대 친구들이 바라보는 현실 사회에 대한 이야기들을 그렸어요. 학교생활, 취업, 연애 등 범위가 다양했고 그들이 겪은 경험들은 제각각 다르기 때문에 저에겐 좋은 소재가 되었죠. 이 친구들을 만화 속 주인공으로 정하고 주인공이 만화 속에서는 행복하길 바라며 해피엔딩으로 결말을 맺는 만화를 그리니 친구들이 좋아해줬어요. 그러다 보니 자신감도 생기고 만화를 그리는 것도 점점 흥미가 생겼어요. 그렇게 학교 생활과 더불어 간간히 만화를 그리던 도중, 평소 친하게 지내던 지영 언니를 오랜만에 만났어요. 언니가 전시를 기획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저의 만화도 전시하고 싶다고 먼저 얘기를 꺼내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전시회에 작가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전시 기획이 ‘부동산 : 계층과 공존’이니, 아무래도 주거 관련 문제에 대해서 자료 조사를 많이 했죠. 자료 조사를 하던 도중, 어린 시절 살던 동네가 떠올랐고 그 동네 근처의 재개발 지역, 쪽방촌에 살고 계시던 어르신 분들이 문득 생각났어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님의 영화 <ET>처럼 서로 다른 곳에 살고 있는 두 사람이 연대하는 모습을 담아내보자는 아이디어가 생각났고, 임대 아파트에 살고 있는 고등학생 소녀와 쪽방촌에 살고 있는 어르신이 서로 연대하는 모습을 통해 주거 문제에 관한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만화를 그리게 되었습니다.
5. 전시 되었던 영상, 설치작품을 보면 에피소드가 많았을거 같아요.
[김지영] 단편영화 <엘사의 아이>를 만들기 위해 20명 넘는 스태프들의 노고가 있었습니다. 처음으로 감독이 되어 영화를 연출하는 거라 잘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어요. 최대한 배우와 스태프들의 의견을 존중해 함께 만들어가는 작품이 되었으면 싶었습니다. 촬영 당일 시간이 촉박해 정신없는 하루를 보냈는데 모두가 감독인 절 열심히 도와줘서 감사했어요. 스스로 만족하지 못하고 아쉬웠던 부분들도 많았는데 다시 한다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하하.
설치작품이었던 <Heartbeat in the dump>는 설치에 필요한 콘크리트와 철근 폐기물을 구하기 위해 직접 발품을 팔았습니다. 무턱대고 친구와 근처 신도시 공사장에 찾아가 인부 분들에게 부탁을 드렸어요. 너무나 흔쾌히 가져가라고 허락해주셔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원하는 만큼 담아가라며 깨끗한 포대까지 새로 주셔서 정말 감사했어요. AI 드로잉 프로그램인 미드저니와 스페이셜이라는 메타버스 플랫폼을 사용해 만든 <인공지능이 그린 도시>는 기획 때 구상한 작품이 아니었습니다. 전시 공간 선정을 위해 에그템페라 갤러리에 사전 답사를 갔는데, 안쪽에 숨겨진 작은 방이 있었습니다. 관객들이 이 히든룸에서 특별한 경험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곳을 VR 세계로 향하는 포털로 활용해보았습니다. ‘공간’이 전시의 스토리텔링에 영향을 주었던 경험이죠.
[12월31일] 저희가 촬영을 마치고 2주 남짓이 흘렀을까요. 촬영지였던 구룡마을에 대형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다행히 인명피해가 크게 발생하지는 않았으나 저희가 영상을 기획했던 궁극적인 의미처럼 서로의 인과관계를 떠나 낙후된 공간에서 살아가며 삶이 위협받는 이들의 숫자가 속히 줄어들었으면 좋겠습니다.
[강용운] 사실 전시를 하게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제가 먼저 우연히 주거문제에 관한 다큐를 찍어보려고 한다는 단순한 의견이 팀장님에게 큰 호응을 얻음과 동시에 영화 제작과 작품 전시로 이어졌습니다. 오히려 저는 다큐멘터리를 다른방향으로 틀고싶었으나 학교에 제출한 많은 서류들이 이미 물이 엎어져버렸다고 말해주며 주워담을수 없으니 어떻게든 끝장을 봐야한다고 말해주고있었습니다. 그렇게 전시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장성은] 저희가 다 예술을 전공하고 예대 사람들이다 보니 겹치는 친구들이 많아요. 지영언니가 연출한 영화에는 사랑하는 제 동기 친구들이 스태프로 참여도 했고.. 동거동락하며 같은 꿈을 키웠던 친구들을 멋진 작품들 속 크레딧에서 마주하니 반가웠어요.
6. 이번 전시에서 가장 전달하고 싶은 메세지는 무엇이였나요?
[김지영] 전시를 기획한 기획자지만 어떠한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 것은 아닙니다. 다만 저희 작가들의 시선에서 바라본 ‘부동산’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담았을 뿐이에요. 일부러 하나의 주제 의식만을 강요하는 느낌이 들지 않게끔 노력했습니다. 여러 다양한 위치와 상황에 있는 관객들이 전시를 통해 다름에 대한 이해를 조금이라도 얻어갈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계층팀] 관객에게 어떤 교훈이나 큰 메시지는 전달하고 싶지 않다. 다만 우리 사회의 불편한 모습을 작품을 통해 보여줌으로 그들이 어딘가 불편 혹은 불쾌한 느낌을 받았으면 한다.
[12월31일] “삼인칭이 아닌 이인칭에서 생각해보기라고 할까요.” 우리 자신의 삶은 각자의 것이므로 소중하게 여기지만, 나와 내 주변 사람이 아닌 그들의 삶에 대해서는 쉽사리 공감하기 어렵고 크게 신경 쓰지 않으며 살아가는 게 일반적인 시대입니다. 커다란 주제에서 좁혀 부동산의 측면에서만 보더라도 각자의 주거 환경을 꾸려가기 위해 고군분투하기도 벅찬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세상은 나와 내 주변 사람들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기에 관심을 두기 어려운 지점에 놓인 이들의 삶과 그들이 어떠한 목소리를 내며 살아가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 각자의 시야를 확장할 수 있다는 것이 하나의 메시지 내지는 주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강용운] 부동산 문제에 대해선 모두가 다르게 생각합니다. 누군가에겐 안락한 공간이 될 수 있지만 누군가에겐 혐오의 공간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저는 이 혐오와 차별이라는 폭력성에 주목했습니다. 세상을 따뜻하게 바라보고 싶은데 왜 그럴 수 없는걸까라는 물음에 기인하여 혐오와 차별없는 세상을 위한 작은 한걸음을 내딛어보자라는 메시지를 담으려 노력했습니다.
[장성은] 더 이상은 악몽이 없길 바라는 용기의 메세지요. 쓰디 쓴 이 사회를 살아가는 개개인이 가진 악몽의 범위는 굉장히 다양합니다. 주거 문제, 인간 관계 등등.. 각자가 가진 악몽을 재밌는 카툰을 통해서 웃어 넘기길 바랬습니다.
7. 많은 관람객을 만나셨는데 소감이 어떠셨나요?
[김지영]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저희 가족과 친구들에게 당당히 전시 초대장을 건낼 수 있어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누군가에게 내 작품을 보여준다는 건 부끄럽지만 아무나 가질 수 없는 기회라고 생각해요. 제가 무언가를 만들어서 이렇게 당당히 세상에 보여줬다는 뿌듯함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지인들이 저보다도 더 축하해주고 아주 세세한 감상평을 들려주어서 너무 고마웠어요.
[계층팀] 추운 겨울이어서 많이 방문하실 거라고 생각하지도 못했다.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어느 작품 하나 놓치지 않고 관람해주신 관람객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
[12월31일] 같은 것을 바라봄에도 언어적인 평가 자체는 비슷할 수 있겠으나, 그것이 나아가 개인의 삶에는 모두 다르게 영향을 주며 작용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그마한 작용들이 커다란 긍정적 결과들을 일으키길 바라봅니다.
[강용운] 관람객들이 제 작품을 봐주실때마다 영상의 아쉬운점들이 눈에 많이 띄더라구요. 부끄럽기도 하고 다음엔 더 잘할 수 있을것같기도 했습니다. 모든 관객분들이 정말 잘만들었다고 격려해주실때마다 정말 큰 힘이 되었고 뿌듯했습니다.
[장성은] 관람객분들이 공감하고, 주거에 관한 현대 사회의 문제점을 인지하는 모습을 보고 예술의 힘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예전의 저도 그렇고, 예술의 기능적인 측면을 예술의 전부인 것처럼 착각하고 있을 것에요. 우리는 대부분 악기를 다루는 것, 그림을 그리는 것 등 창작을 하는 것만 예술이라고 생각할 때가 있어요. 하지만 예술이 가진 힘은 우리에게 주저 안고 싶을 때 일어설 힘을 주고 위로 받고 싶을 때 위로와 기쁨을 준다는 것이에요.
8. 가장 기억에 남는 관람객은 어떤 분이 셨나요?
[김지영] 부모님. 그리고 친구들을 잔뜩 데리고 놀러온 제 동생이었습니다. 언니가 이런 일 하는 사람이란다!
[계층팀] 지나가시다 밖에 있던 판넬을 보고 들어오시던 분이 있었습니다. 보통 이런 전시들은 관련 종사자들, 학생, 지인이 오시곤 하는데 지나가다 주제가 흥미로워 보였다며 한참을 보고 가셔서 아직까지 기억에 남습니다.
[12월31일] 다른 작가님들도 비슷하게 떠올리셨을지 모르겠지만 일본에서 학생들을 가르치시는 교원분께서 한국에 잠시 들르셨다가 우연히 전시를 보러 들어오셨습니다. 저희가 전시했던 작품들에 매우 큰 관심을 보이셨고, 전시를 기획한 것 자체에서 커다란 울림을 받으셨다고 하셨던 게 떠오릅니다. 기획자와 연락처도 교환하였기에 훗날 또 다른 연결 지점이 생기는 행운이 따르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강용운] 와주신 모든 분들을 기억에 담아두고 있습니다.
[장성은] 제가 좀 소심해서 만화 그리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제 주변 가까운 지인들밖에 몰라요. 한 관객 분이 전시장에서 제 만화를 보고 작가 계정이 따로 있는지 인스타 아이디를 여쭈어 보시더라고요. 처음으로 지인이 아닌 다른 누군가가 제 만화를 궁금해한다고 생각해서 기분이 좋더라고요.
9. 富(부)동산 : 계층과 공존, 가능할까요? 전시를 준비하면서 생각이 많아지셨을 거 같아요.
[김지영] 결론만 말하면 네, 저는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차별과 혐오의 말은 아주 많고 익숙하지만 세상은 좋은 면이 더 많다고 믿습니다. 우리 사회는 작지만 점점 더 나은 방향으로 변하고 있어요.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명명하는 것도 일단은 변화를 위한 한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차별을 정의했으니 공존에 적응해가면 됩니다. 혐오는 목소리가 크죠. 하지만 물결을 바꾸는 것은 조용히 움직이는 바람이에요.
[계층팀] 단순히 뉴스에서 지나가듯 들은 사회 문제가 아닌 직접 그들의 삶 속에서 그들이 되어본 시간이었습니다. ‘부동산 문제가 심각합니다’ 라는 하나의 문장 뒤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삶이 있었다는 걸 몸소 느끼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12월31일] 결국 부동산을 둘러싼 수직적인 계층구조와 빈부격차는 설령 그 간극이 커지는 것을 영원히 막지 못할지도 모르겠다는 암울한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결코 부와 재화가 생명과 자연보다 더 가치 있다고 논리적 근거 하에 설명할 수 있는 사람 또한 영영 등장할 것 같지 않다는 생각 또한 듭니다. 결국 어떠한 환경에 놓이든 우리는 공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해야만 합니다. 그 과정에서 문제들이 생긴다면 제자리로 돌려놓아야겠습니다.
[강용운] 이미 여러 주거지에 ‘소셜믹스’라는 정책을 시행하며 계층과 공존을 가능하게끔 하는 법안이 시행되고있습니다. 한 아파트단지에 임대동을 두어 다같이 어울리자는 취지인데요, 이게 오히려 차별을 불러일으키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임대동과 임대가 아닌 일반동을 구분짓고 차별하는일이 발생하면서 과연 이같은 정책이 올바른지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되어가는 상황입니다. 오히려 이런 주제를 다루면서 솔직히 개인적으로 공존이 불가능하다고 느꼈습니다. 하지만 불가능하다고 느끼는것과 불가능할것이라 생각해 포기를 하는것은 아주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느낌은 바꿀수 있지만 포기하면 바뀌는게 없습니다. 지금 이 영상은 거대한 바위에 계란 껍데기를 던지는 일이지만 누구는 껍데기가 아닌 계란을, 누군가는 계란이 아닌 돌을, 또 다른 누군가는 돌이 아닌 철을 던진다면, 그렇게 던지는것을 멈추지 않는다면 비로소 그때는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발걸음이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게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장성은] 당장 공존이 이루어지고, 주거혐오의 시선이 멈추지는 않겠지만 이를 위해 저희 전시회 작가분들이 끊임없이 고민해내고 예술 작품으로 이를 담아내는 행위를 하는 것처럼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준다면 가능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10. 전시를 본 후 다음 활동도 궁금해 졌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김지영] 저는 올해 송파구 청년예술인 워킹그룹의 일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다른 지역 사회에서 진행하는 문화기획자 교육과정에도 참여하고 있구요. 지역과 사람을 잇는, 문화예술과 친숙한 라이프 스타일을 만들어가는 기획자로 오래오래 성장하고 싶습니다.
[계층팀] 이러한 사회문제를 직면하고 다양한 형태를 통해 사람들에게 목소리 낼 수 있는 전시를 또 한번 진행해보고 싶습니다.
[12월31일] 어떠한 수단이 되었든 제 생각을 다수에게 표현하는 법을 준비하는 과정과 그에 따른 결과에서 얻어가는 것이 정말 가치 있는 것들이라는 점을 이번 경험을 통해 느꼈습니다. 앞날 가운데 또 생각을 정리하여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고 싶은 주제가 생긴다면 주저하지 않고 기회로 삼아 새로운 무언가를 또 꺼내보는 시간으로 삼아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강용운] 조금의 휴식시간을 가진 후 또 다른 사회적 문제를 다룬 영상들로 활동을 이어가려고 합니다.
[장성은] 전시 이후 돌이켜 보면, 제가 가진 취향을 쫓아가다 보니 지금 이렇게 만화를 그리게 되었던 것 같아요. 불과 1년 전 즈음만 해도 그림을 그리긴 커녕 본래 전공인 영상 작업만 하던 저였어요. 확실히 영상 작업만 했을 때보다 그림을 함께 했을 때의 만족감이 더 큰 것 같아요. 그래서 계속 여러가지 실험을 하고 있어요. 저는 본래 전공이 영화이기 때문에 시나리오를 주로 쓰는 편이에요. 단편 시나리오 쓰다가 연출해보고 싶은 장면들 몇개 뽑아서 짧은 카툰으로 그려보는 중인데, 이번에 쓰고 있는 시나리오 장르가 B급 호러 코미디에요. 30살 여성이 야간에 혼자서 건물 청소를 하던 도중 음식물 쓰레기를 치우다가 괴물을 탄생시키는 이야기에요. 시나리오 작업과 동시에 단편 만화로 그려볼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