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멈춘 순간, 일상은 멀어지고 우리는 새로운 영감을 찾아 나선다. 이번에는 여행과 재즈를 통해 독창적인 예술세계를 구축해온 트래블 드로잉 아티스트, 홍종희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그가 걸어온 길과 앞으로의 여정은 어떤 모습일까?
– 여행과 재즈, 그 사이에서 당신은 어떻게 자신을 표현하나요?
저는 여행지에서 현지의 색채와 질감을 작품에 녹여내는 트래블 드로잉 아티스트입니다. 떠난 곳에서 느낀 이야기와 이미지를 그곳에서 구한 소재로 즉석에서 표현하는 작업을 좋아해요. 그래서 컬러 펜슬과 아크릴 물감, 그리고 펜을 주로 사용합니다. 늦은 밤, 숙소에서 창의적인 충동에 따라 그 순간을 빠르게 그려내죠. 꼴라주를 활용해, 그때그때 손에 잡히는 소재를 혼합해 표현하는 것도 즐깁니다. 항상 여행 트렁크에는 가위와 풀, 그리고 주제에 맞춘 컬러의 드로잉 도구들이 빠짐없이 들어있어요.
재즈를 주제로 한 작업에서는 즉흥성과 색의 조화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재즈의 자유로움이 저에게 큰 영감을 주는데, 그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다양한 색상을 마음껏 사용하죠. 그래서 재즈를 주제로 한 작품은 가장 컬러풀하면서도, 동시에 따뜻한 감성을 자아내는 것 같아요.
– 그 여정의 시작은 어떻게 이루어졌나요?
코로나 팬데믹은 예기치 않은 방식으로 제 삶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저에게, 갑작스러운 사회적 격리는 새로운 창작의 길을 열어주었어요. 일상이 멈춘 그 시간 속에서, 저는 잃고 싶지 않은 삶의 열정과 즐거움을 드로잉으로 찾아냈습니다. 거실에서 조카의 컬러 펜슬을 우연히 집어들고, 지난 여행의 행복한 순간들을 떠올리며 빈 노트에 그림을 그렸죠. 그것이 바로 제 첫 작품이자, 아티스트로서의 출발점이었습니다.
– 무엇이 당신에게 영감을 불어넣나요?
저는 ‘트래블 스토리헌터’로서, 여행을 가장 큰 영감의 원천으로 삼습니다. 낯선 곳에서의 발견은 물론, 익숙한 일상 속에서도 새로운 영감을 찾으려 노력해요. 저는 ‘여행이 일상이고, 일상이 여행’인 삶을 지향하며,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과 그곳의 스토리를 작업에 담아냅니다. 여행이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와서는, 다른 감각과 기법으로 그 스토리를 재구성해 이미지로 풀어내는 작업을 즐기죠. 그래서 제게 여행은 항상 현재 진행형입니다. 새로운 여행지와 이야기가 제 작업 속에서 끊임없이 이어져 나가고 있어요.
– 재즈와 여행이 당신의 작품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팬데믹 동안 재즈 클럽을 찾아가던 일상이 멈추자, 저는 그 아쉬움을 ‘#100jazzhairs’라는 재즈 뮤지션 시리즈에 담았습니다. 방구석에서 듣던 재즈 음악을 컬러풀한 음표로 표현하고, 뮤지션의 과장된 헤어스타일을 통해 그 생동감을 살려냈죠.
일본 출장 중에는 제 재즈 취향을 100% 반영한 작품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도쿄의 재즈카페에서 받은 영감을 바탕으로 파란 펜 하나로 작은 노트에 작업을 담아내었고, 이 작품들은 부산의 재즈카페에서 전시되기도 했습니다.
–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지와 그곳에서 탄생한 작품이 있다면?
팬데믹이 끝난 2022년 말, 대학생 조카와 함께 떠난 스페인과 포르투갈 여행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이 여행에서 탄생한 작품이 바로 Travel is Back 입니다>. 여행지에서 매일 밤 작은 드로잉 노트에 그려낸 이 작품은, 포르투갈의 전통 타일 아줄레주에서 영감을 받아 25개의 미니 캔버스로 완성되었습니다. 작품의 중심에는 여행 내내 입었던 청바지를 해체해 만든 레터링이 들어가 있어요. 이모와 조카가 함께한 유럽 여행의 기억을 담은 특별한 작품이죠.
–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무엇인가요?
코로나 시기에 직장인 아티스트로 시작한 여정을 이제는 새로운 길로 이어가고자 합니다. 2024년, 저는 직장인이라는 타이틀을 내려놓고, 아티스트 창업가로서의 길을 걷기로 결심했습니다. 앞으로는 여행과 재즈를 넘나들며, 드로잉뿐만 아니라 영상과 텍스트로도 스토리텔링을 펼치는 멀티-아티스트가 되고 싶습니다.
–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우리는 모두 아티스트라고 믿습니다. 저는 나다운 삶을 사는 모든 사람을 아티스트라고 생각해요. 이제 저는 ‘그림자 아티스트’에서 벗어나, 진정한 아티스트로 성장하려 합니다. 이 여정에 여러분의 응원이 큰 힘이 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홍종희작가가 걸어온 창작의 길을 따라가 보았다. 여행과 재즈라는 두 개의 나침반을 따라가며 그려낸 그의 작품들은, 마치 우리에게도 새로운 세계를 탐험할 열쇠를 쥐여주는 듯하다. 그 여정 속에서 또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우리는 그 문을 살며시 두드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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