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향의 지두화는 붓 대신 손으로 이어지는 감각의 전승이다. 할아버지 차진배 작가의 예술적 숨결을 이어받아, 그녀는 유년의 상처를 치유의 길로 바꾸며 새로운 창작의 문을 열었다. 그 손끝에서 탄생한 첫 작품들은 마치 씨앗처럼 조용히 피어나, 이제 막 세상에 나서고 있는 한 신진 작가의 긴 여정을 예고한다.
지두화, 할아버지의 예술을 잇는 이수향의 첫걸음
차진배 작가의 손녀이자 신진 지두화 작가인 이수향은 어린 나이에 첫 개인전을 열며 자신만의 예술적 여정을 시작했다. 이수향은 어릴 때부터 할아버지의 지두화 작품을 보고 자라왔고, 그의 지도를 받으며 예술적 재능을 발휘하게 되었다. 하지만 단순한 가족적 연이 아닌, 깊은 내면의 상처와 고통을 치유하는 과정에서 그녀의 예술 세계가 본격적으로 펼쳐지기 시작했다.
지두화를 통한 치유와 몰입의 순간들
중학교 시절, 이수향은 힘든 시간을 보냈다. 학교에서의 어려움으로 등교를 거부하고 집에 머물던 어느 날, 방에 걸린 할아버지의 작품이 그녀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주저 없이 아크릴 물감과 화판을 사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이는 암흑기였던 그녀의 시간을 밝히는 계기가 되었다. “할아버지께서 제 그림을 보시고 무척 기뻐하셨어요, 가문의 대를 잇는다고 하시며 웃으시던 날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요.”
이수향에게 지두화는 단순한 그림 그리기가 아니다. “지두화의 가장 큰 매력은 도구 없이 온전히 나 자신을 작품에 담을 수 있다는 점이에요. 무언가를 하는 모든 순간이 즐겁고, 이 행위가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라고 설명했다. 붓을 사용하지 않고 손끝으로 직접 표현하는 지두화는 감각과 감정이 하나로 모여 자유롭게 흘러가는 예술이다. 이 과정이 그녀를 해방시키고 자유롭게 만들어, 자신을 작품에 온전히 담아낼 수 있게 했다.
애착을 가진 작품과 예술적 메시지
첫 개인전에서 이수향이 가장 애착을 가진 작품은 기포와 여정이다. 프러시안 블루와 하얀 물감만을 사용해 완성한 이 작품은 그녀의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 색의 오묘함이 저를 매료시켰고, 손으로 색을 직접 다루며 느끼는 감각이 정말 특별했어요.” 그녀는 이번 전시를 통해 관객들이 “이런 방식으로도 표현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예술에 대한 도전 의식을 느끼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미래를 향한 다짐
아직 17살, 고등학생인 이수향은 추상화가로 성장하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다. 감정과 경험을 색과 형태로 표현하며, 관객들이 각자의 해석을 통해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예술을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녀는 “1~2년에 한 번씩 전시회를 열면서 조금씩 성장해 나가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수향의 예술적 성장은 단지 할아버지의 가르침에 머무르지 않고, 그녀만의 독창성을 발전시키며 이어지고 있다.
차진배 작가의 지두화 전통을 이어받은 이수향은 예술을 통해 자신을 치유하고, 새로운 창작자로서의 길을 걸어나가고 있다. 어린 나이에 첫 개인전을 연 그녀의 다짐과 노력은 앞으로도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줄 것이다. “아픔 속에서 피어나는 예술은 더 깊은 의미를 가지게 된다”는 말을 몸소 증명하며, 이수향은 미래를 향해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이동건기자_munhwadiv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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