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과 자연의 만남, 미디어 아트로 그려낸 ‘진짜’를 이야기하다‘
디지털과 자연, 도시와 인간의 공존을 탐구하는 미디어 아트 그룹 ‘더리얼콜렉티브’. 이들은 디지털 미디어를 중심으로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관계를 그려내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팀의 핵심 멤버인 이다은 작가와 박아름 작가를 만나 그들의 예술적 철학과 작업에 담긴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더리얼 팀은 어떻게 결성되었으며, 어떤 예술적 철학을 가지고 있나요?
더리얼콜렉티브는 서로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이 모여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팀입니다. 디지털미디어 영상작업을 중심으로 공간 설치, 인터렉티브 드로잉, 퍼포먼스 등 하이브리드 작업을 다양하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다은, 박아름을 중심으로, 프로젝트에 따라 팀원이 구성되는 콜렉티브 형식입니다.
팀의 이름은 우리의 첫 번째 전시 제목인 ‘더리얼’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디지털 메타버스에서 우리의 진짜 모습을 탐구하는 주제로 진행한 전시입니다. 이미 일반화된 디지털미디어 시대에 예술작업을 통해 동시대 감각에 응답하는 우리들의 ‘진짜’ 모습은 무엇일까를 고민하다가 그것에 맞는 직관적인 네이밍을 하게 되었고 해당 이름을 지금까지 팀명으로 가져가고 있습니다.
우리 작업에 메인이 되고 있는 ‘자연과 인간’이라는 예술적 주제는 ‘바이오필릭 시티’라는 도시계획적 개념을 기반으로 합니다. 이것은 바이오필리아 이론으로부터 기인하였는데, 인간은 ‘생명체(Bio)에 대한 사랑(phlia)’을 내재하여 진화했으며, 인간은 본성적으로 자연환경 가운데에 있을 때 신체적으로 건강하고 정서적으로 행복하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개념입니다.(에드워드 윌슨, 1996) 이를 바탕으로 그것이 가상이더라도 자연과 인간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현대 사회를 테마로 작업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자연과 도시 인간의 관계를 탐구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위 언급한 ‘바이오필릭 시티’ 개념을 디지털 미디어아트로 구현하는데 관심이 많았는데요. 현대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 환경에서 물리적으로 자연을 만나는 방식은 한정되어있습니다. 때문에 우리는 보다 새로운 형태와 방식으로 자연을 재현하여 이를 경험하는 사람들에게 자연이 주는 정서적 감흥을 불러일으키고자 하였습니다.
자연과 더불어 공존해 있을 때 무엇보다 자연을 충만하게 인지하게 되는 그 상태, 그리고 이 상태가 불러일으키는 정서적 환기를 도시에서 미디어 아트를 통해 함께 경험하고자 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 그리고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 자연 이것이 더리얼의 작품을 통해 다차원적 공간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녹아들어 표현됩니다.
왜 미디어아트를 작업의 중심으로 선택하셨는지 궁금합니다.
미디어아트, 특히 디지털 프로세스에서 가능한 다양한 표현 방식을 매개로하여 사람들에게 보다 새로운 접근 방식으로 다가가고자합니다. 특히 초현실적 기법을 작품에 많이 다루고 있습니다. 우리가 현실에서 실제 마주하는 환경에 전혀 그곳과 어울리지 않는 것들이 함께 있거나, 또 이 공간 안에 있는 내 모습이 낯선 환경에 놓여 진 것처럼 보이는 등 여러 가지 미디어적 표현기법을 적용합니다. 이렇게 공간에 어우러져 현실을 새롭게 인식하게 하는 가상현실 방식을 통해 작품 내 대상과 현재 우리를 둘러싼 환경이나 공간을 또 다른 관점으로 감각하게 합니다.
판교, 서울역 등 도시의 대형 미디어 월에 나타나는 거대한 자연과 인간의 모습 (‘빛 무리지다’ 작품 시리즈), AR로 증강되어 전시장에 유영하는 자연 환경 (‘소요자연’ 전시), 사운드와 모션 인터랙션에 반응하여 생성되는 자연 형상들(‘둘레, 둘레’ 전시) 등 이러한 저희 작업들이 미디어를 매개로하여 자연과 공존하는 경험을 새롭게 한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테서랙트가 작업에서 상징하는 의미는 무엇인가요?
우리 작업에서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큐브, ‘테서랙트Tesseract’는 차원과 차원을 연결하는 물리학적 이론을 표현하는 도형으로, 작품 속에서 공존을 의미하는 메타포로 사용됩니다.
기하학적 웨이브로 끊임없이 움직이는 테서랙트의 형상은 이 구조가 나타내는 여러 차원을 연결하는 의미를 담아, 오늘날 시공간의 한계 없이 넘나드는 우리의 모습을 구현합니다. 이 구조를 통해 작품 속 인간 즉 우리는 새로운 차원으로, 자연과 공존하는 그곳으로 걸어갑니다. 디지털 트윈으로 반영된 우리가 테서랙트를 통해 걸어가고 실제 본 적은 없지만 익숙한 자연에 도달하게 됩니다. 이렇게 여러 공간, 그리고 인간 존재가 하나로 만나는 관계성을 관념적 리얼리티를 초월한 표상으로 나타냅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전시나 프로젝트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가장 기억에 남는 전시는 최근 진행한 ‘소요자연’입니다. 디지털미디어 작업을 하면서 콘텐츠와 테크닉에서 다양한 시행착오를 겪었는데, 이러한 경험들을 녹여 내 관람객들이 가장 몰입적으로 참여하게 한 전시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특히 관람객들이 AR 증강 환경에 나타나는 자연환경을 각자의 방식으로 즐기고 체험하는 것이 흥미로웠는데요, 놀이처럼 재미있게 AR 환경 안에서 객체와 소통하며 서로의 모습을 촬영하고 공유하는 등 미처 생각하지 못한 방식으로 작품을 경험하는 모습이 저희도 인상 깊었습니다. 제작에 많은 노고가 있었는데 보람있게 생각되었고, 관람객이 작품에 참여하는 형태에 대해 저희도 다시금 생각해보게 하는 전시였습니다.
최근 작품에서 중점을 두는 주제는 무엇인가요?
작품에서 중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관객과의 소통입니다. 미디어아트는 표현하는 방식이 매우 다양하다보니, 보다 효과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고 공감하게 하는 방법적인 면에서 매번 고민에 빠지게 됩니다. 단순히 작품을 보고 관람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공간을 경험하고 작품 속 대상들과 조우하고 감흥을 공유하는 하는 방식을 탐구합니다. 궁극적으로 바이오필릭 시티 관점에서 우리의 작품을 통해 자연적 감성을 공감각적으로 느끼고 정서적으로 몰입할 수 있는 모먼트를 함께하고자 합니다.
향후 작업에서 다루고 싶은 주제나 목표가 궁금합니다.
최근 ‘둘레, 둘레’ 전시에서는 인터랙티브 미디어아트와 연극 형식의 퍼포먼스가 함께하는 전시극을 진행한 바 있습니다. 사람의 움직임, 그리고 스토리텔링이 우리의 작품과 상호작용하였을 때 또 다른 레이어, 또 다른 언어로 좋은 시너지가 나서 좋았습니다. 이렇게 다른 장르, 다른 분야와의 융합을 통해 지속적으로 우리 팀의 작업을 확장해보고자 하는 생각이 있습니다. 우리 팀은 항상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을 즐기는데요, 이렇게 실험적 방향으로 확장성을 가지면서도 우리 팀의 색을 뚜렷이 하는 것이 향후 작업의 목표입니다. 앞으로도 더리얼의 새로운 작업을 많이 기대해주세요.
디지털 세계와 자연의 경계를 허물며, 새로운 예술적 표현을 추구하는 더리얼팀. 그들의 작업은 우리에게 가상 속에서도 자연과 인간이 공존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며,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앞으로도 이들의 예술적 여정이 어떤 모습으로 확장될지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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