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불안을 안고 살아간다. 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마주하고 다루느냐에 따라 삶의 방향은 달라진다. 작가 문소연은 그 불안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직면하고 기록하며, 예술로 승화한다. 그녀의 작품은 마치 불안과 마주 선 자신의 자화상처럼, 순간의 떨림을 담아낸다. 그녀가 만들어낸 현상들은 흔들리고 일그러지지만, 동시에 치열하게 발버둥 치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문소연작가가 불안을 어떻게 예술로 풀어내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발견한 이야기들을 들어보았다.

불안을 작업의 중심으로 두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진정성 있는 작업을 하고 싶었어요. 저는 오랜 시간 불안을 겪어왔고, 그 감정을 작품으로 솔직하게 드러내고 싶었죠. 가정환경의 불안정함 속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자연스럽게 불안이 제 삶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불안은 그저 괴롭기만 한 감정이 아니었어요. 때로는 나를 변화시키고 앞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기도 했죠. 현대인들은 빠르게 흘러가는 세상 속에서 자신의 감정을 돌볼 여유조차 없이 살아갑니다. 저는 그런 이들에게 ‘불안을 안고도 잘 살아가고 있다’는 위로를 전하고 싶었어요.”
작품을 통해 ‘불안’을 어떻게 형상화하시나요?
“공황발작을 겪으며 불안이 나를 덮치는 순간의 형상을 기억하려고 노력했어요. 제 작업 중 F,A→G 시리즈에서는 불안을 거대한 존재로 표현했습니다. 불안은 저를 삼키려는 듯하지만, 그 안에서 저는 필사적으로 발버둥 치고 있어요. 자화상 위에 퍼져나가는 검은 점들은 곰팡이처럼 피어오르는 불안을 상징하죠. 하지만 불안과 싸우는 과정은 결국 스스로를 성장하게 만드는 여정이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24-3 시리즈를 통해 불안을 돌보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어요. 쉽게 부서지는 석고 위에 자화상을 그려, 불안이 우리의 삶을 잠식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것을 다룰 수 있다는 점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고 있죠.”
작품 속에서 부정적 에너지와 긍정적 에너지가 공존한다고 하셨는데, 어떻게 균형을 맞추시나요?
“제 작품 속 자화상은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지만, 그 안에서도 치열하게 움직이고 있어요. 불안을 떠올리면 부정적인 감정만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우리는 불안 속에서도 살아가고, 나아가고 있잖아요. F,A→G 시리즈에서 자화상의 크기가 사람보다 크고, 물감을 자유롭게 흘려서 채색한 이유도 그 때문이에요. 불안이라는 거대한 감정 속에서 허우적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관람객들이 제 작품을 보며 자신이 걸어온 과정들을 돌아보고, ‘나는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위로받기를 바랍니다.”

정형화된 사각 캔버스를 벗어나 자유로운 형태를 선택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미대 입시를 준비하면서 수많은 그림을 사각 캔버스에 반복해서 그려왔어요. 하지만 점점 틀 안에서 갇힌다는 느낌이 들었죠. 그래서 ‘내가 표현하고 싶은 걸 꼭 정해진 틀 안에 담아야 할까?’라는 질문을 던지게 됐어요. 결론은 ‘그럴 필요 없다’였고, 작품의 형태를 더 자유롭게 변화시키는 실험을 시작했어요. 캔버스의 경계를 무너뜨리며 불안의 형상을 더욱 직관적으로 표현할 수 있었습니다.”
작품 주제로 ‘불안 속의 모험’이라는 개념을 언급하셨는데, 관객들이 이를 통해 어떤 경험을 하길 바라시나요?
“예전에 제 또래 관객이 작품을 보고 ‘요즘 불안이 심했는데 위로받고 간다’고 말해준 적이 있어요. 그 말이 정말 인상 깊었어요. 저는 20대의 삶이 불안과 함께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쉬고 싶어도 쉴 수 없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아가는 과정이 있고, 그 과정이 아름답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누군가 제 작품을 보고 자신의 불안을 떠올리며 ‘나도 잘하고 있구나’라고 느낀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앞으로의 작업 방향은 어떻게 구상하고 계신가요?
“2023년부터 ‘불안’이라는 감정을 깊이 탐구해왔어요. 이제는 불안을 겪으며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감정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더 깊이 들여다보려 해요. 특히 ‘가족’이라는 주제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막내딸로서의 역할, 가족 구성원으로서 느낀 감정들을 작품으로 풀어내려 합니다. 그렇게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고, 전시를 통해 공유할 계획입니다.”
마지막으로, 문소연 작가의 작품을 접하는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저는 불안에 사로잡혀 있었지만, 그 감정을 작품으로 풀어내면서 새로운 의미를 찾았어요. 불안은 우리를 힘들게 하지만, 결국 변화하게 만듭니다. 제 작업이 단순히 불안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마주하고 다루는 방법에 대한 대화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같은 감정을 느끼는 사람들이 제 작품을 보며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라는 작은 위로를 얻었으면 합니다. 불안을 겪고 있는 여러분도, 충분히 멋진 존재입니다.”

문소연작가는 불안을 두려움의 대상으로 남겨두지 않는다. 대신 그것을 마주하고, 끌어안고, 다시 예술로 흘려보낸다. 그의 작품 속 자화상은 불안과 싸우지만, 동시에 그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려는 몸짓을 한다. 그리고 그 과정은 누구보다 아름답다. 그의 작업이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단순하다.
‘불안해도 괜찮아. 우리는 계속 나아갈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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